일본에는 ‘가기코 세대’라고 불리우는 특별한 세대층이 있다. ‘열쇠’를 의미하는 ‘가기’와 ‘아이’를 뜻하는 ‘코’를 결합하여 만들어진 단어인데, 직접적으로 얘기하면, ‘열쇠 아이’, 즉 목에 집 열쇠가 걸린 아이를 뜻하는 말이다.
우리 나라에도 목에 열쇠를 건 아이가 눈에 많이 띄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오히려 열쇠를 목에 걸고 다니는 것이 범죄의 표적이 되어, 현관 잠금 장치를 열쇠가 아닌 디지털 도어로 바꾸고 있는 실정이다. 그 내용은 간단하나, ‘가기코’가 의미하는 현실은 너무 마음 아픈 일이다.
아빠는 직장에 가시더라도, 엄마는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따뜻하게 맞아 주셔야, 아이가 학교에서 힘들었던 것이 상쇄가 되는데, 오히려 학교보다 집이 더 썰렁하니, 따뜻한 가정이라는 느낌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 혼자인 아이는 엄마와 아빠를, 자신의 존재를 따뜻하게 인정해 주고, 받아주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 ‘자신을 직접 돌볼 수 없어 돈을 주고 다른 사람에게 나를 보내는 사람’, ‘배고프면 먹을 것을 주는 사람’ 등으로 여기게 된다. 그러니 엄마, 아빠와의 유대감과 가족이라는 소속감은 생기지 않는다.
필요한 돈을 벌어다 주고, 자신이 필요로 할 때 엄마 아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배고프면 먹을 것을 챙겨 받으므로, 이러한 일이 해결되면 엄마와 아빠의 존재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그러니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내가 손해보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먼저 양보하는 마음이 생길 수가 없다. 특히 가정에서 서로 배려하는 마음, 각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아끼는 마음, 남을 위해 양보하는 마음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데, 가정 자체가 따뜻하기보다는 냉랭하고, 서로 필요한 부분만 해결해 주는 곳이 되어 버리니, 사회에 나와서도 남보다는 ‘나 자신’이 우선이다.
그래서 한때 일본에서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구실로, 서로의 생활에 극단적으로 무관심한 문화, 진심이 담기지 않은 가식적인 미소, 극심한 개인주의, 사회 전반에 흐르는 냉소주의, 그리고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문화가 유행한 적이 있는데, 그 문화의 이면에는 ‘가기코 세대’가 있었다고 한다.
따뜻한 가정에 소속되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존재 자체에 대해 가치를 느끼면서 보호받고 배려받은 경험이 없으니, 그 아이들이 커서 냉소와 향락으로 대표되는 문화를 만든 것이다. 이렇듯 가정의 문화와 분위기는 중요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그리고 가정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부모라면, 정말 심각하게 이 부분을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봐야 한다.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다 주는 일로, 또는 아이가 배고프면 먹을 것만을 챙겨 주는 일로, 나 자신이 직접 돌볼 수 없으므로 돈을 주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일로, 비싼 학용품과 용돈을 주는 일로, 비싼 옷과 신발을 사서 주는 일로, 우리 아이 곁에 머문다면 우리 아이도 나중에 부모를 돌보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아이가 받은 대로 그대로 부모에게 할 지도 모른다. 그도 아니면 그냥 남처럼 부모를 대할 지도 모르고, 오히려 귀찮아 할 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만큼 귀한 존재는 이 세상에 없다. 더구나 우리 부모들은 내 아이를 잘 키우고, 따뜻한 존재로 키우기 위해 아이 옆에 있는 사람이다. 돈은 적게 벌어다 주어도 된다. 비싼 학용품과 옷, 신발을 사 주지 않아도 된다. 가능한 다른 사람의 힘보다는 내 힘으로 우리 아이를 돌보는 것이 더 낫다. 따뜻한 인성과 배려심, 양보를 가르치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 훨씬 더 좋다. 내가 손해보더라도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 훨씬 더 가치있는 일이다.
가정은 따뜻한 곳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