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의 일로 기억한다.
4학년 학부모였는데, 자신의 아이가 수학 성적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 같아, 소위 명문대에 다니는 대학생을 집에 불러 아이를 가르치게 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아이가 수업을 잘 따라하는지, 선생님과 호흡은 잘 맞는지, 어떤 교수법으로 아이의 흥미와 관심을 끌어내는지 궁금한 점이 많았지만, 일단은 대학생 과외 선생님을 믿고 맡기는 수 밖에 없어 궁금해도 참았다고 한다.
그런데 한 두 달 수업을 받던 아이가 수업에 재미를 못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정도로 얼굴 표정이 따분해하고 지루해 하고 있음을 눈치챘다고 한다. 아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안, 그 몇 해 전의 4학년 학부모는 아이가 선생님과 공부하는 책과 노트를 펼쳐 보고는 당장 그 수업을 그만 두게 하였다고 한다. 이유를 여쭈어 보니, 아직 등식의 성질 개념도 없는 4학년 아이에게, 방정식의 개념으로 문제를 풀어 준 것이다. 그러니 아이는 이해를 못했고, 이해를 못했으니 그 수업이 재미있을 리가 만무했다.
이렇듯 소위 명문대를 다닌다고, 혹은 나왔다고 수학(혹은 다른 교과목)을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수학을 잘 해서 명문대에 갔을지는 모르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잘 구성해서 배우는 사람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몇 해 전의 4학년 아이를 가르친 명문대 과외 선생님은 초등교육과정의 학년별 내용과 체계를 모르고 접근했기 때문에 낭패를 본 것이다.
부모님이 반드시 알고 가야 할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좋은 학교를 나왔다고, 거창한 이력이 있다고, 수학적인 지식이 풍부하다고 아이를 맡겨서는 절대 안된다. 부모님은 우리 아이가 속해 있는 과정별 교육과정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아이가 이해할만한 교육적인 지식과 배경이 있는지, 아이가 좀더 이해를 잘하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기 위한 교수법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무조건 상위 학년에서 배우는 지식을 가져다가 우리 아이에게 전달하고 있지 않은지를 반드시 알고 있으셔야 한다.
우리 아이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바라 보고, 쉽게 풀 수 있는 설명을 해 주지 못하고,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해결하기 쉬운 방식으로 우리 아이에게 지식을 전달해 주고 있다면, 그 수업은 당장 중단해 주는 것이 현명하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은 우리 아이가 속한 과정별, 단원별, 학년별 내용이 무엇이고,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고, 어떤 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이가 이해하기 쉬운 것인지 꼭 알고 있으셔야 한다. 결국은 우리 아이고, 아이의 학습 능력과 학습 태도를 끝까지 책임지고 같이 갈 사람은 부모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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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몇 해 전 4학년 아이를 가르친 과외 선생님이 사용하신 방법이다. 우리 부모님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료를 구성해 보았다.
<문제>
사과를 몇 사람에게 나누어 주려고 합니다. 한 사람당 3개씩 나누어 주려면 8개가 남고, 5개씩 나누어 주려면 10개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사람 수와 사과 수를 구하시오.
<과외 선생님의 풀이>
사람 수 : x 3x+8=5x-10 5x-3x=18이므로 x=9
그러므로 사람 수는 9명, 3×9+8=35이므로, 사탕 수는 3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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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풀이 내용을 어떻게 초등학교 4학년이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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