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가르치는 사람이나, 수학을 배우는 사람이나 공식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긴 설명은 필요 없고, 어떻게 증명되는지 관심도 없고, ‘이 문제의 공식은 없나요?’하고 바로 묻는 아이들이 있다. 다 귀찮으니, 바로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방법만 알려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성질(?)이 급한 아이들은 지금 당장은 수학 문제를 잘 해결할지 모르나, 십중팔구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장거리 경주를 치루어내지 못한다. 중간에 탈락하거나 지치거나 포기한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암기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12년에 걸친 수학 공식을 머리 속에 12년 내내 집어 넣고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수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데는 ‘공식’은 빼 놓을 수 없다. 공식을 암기하지 않고는 문제를 제대로 풀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수학을 ‘암기 과목’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수학을 가르치는 어떤 선생님은 수학에서는 ‘공식’이 중요하지만 무조건 외워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시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 선생님은 공식은 물론 ‘과정’까지도 중요하니, 그 과정도 달달 외워야 한다고 주장하시기도 한다. 또 다른 선생님은 수학은 무조건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많은 문제를 반복해서 풀다 보면 수학에 대해 저절로 터득하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하신다.
아이를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엄마 입장에서는 이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 이 선생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고, 또 다른 선생님의 말을 듣다 보면, 그 선생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기도 하여 종잡을 수가 없다. 어느 곳에 장단을 맞추어야 할지 고민이 될 때가 많다.
그러나 한 가지 기준만 명확하면, 우리 엄마들도 헷갈리지 않는다.
수학은 많은 문제를 풀어서 수학 문제에 능숙하게 하는 과목이 아니다. 수학은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응용 과목이지 절대 암기를 추구하는 암기 과목이 아니다. 수학은 여러 가지 문제 상황을 제시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가기 위한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목이다.
우리 아이들의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하기 위해서는 수학 공식을 무조건 외우게 해서는 안된다. 그 공식이 왜 나왔는지를 하나 하나 증명해 가면서 이해를 시켜 주어야 한다. 구체물이 필요하면 반드시 실물을 가져와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손으로, 눈으로 직접 오리고 만지고 보면서, 수학 공식이 나오는 과정을 확인한다면, 따로 암기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눈과 손으로 직접 조작하면서 암기라는 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의 머리 속을 많이 채운다고 머리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채우는 활동 대신 머리를 회전시켜 주는 활동이 나중을 위해서는 더 바람직하다. 생각하는 활동,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활동, 무엇인가 만지고 조작하는 활동, 또 어떤 산출물을 고민하면서 만들어 내는 활동이 훨씬 더 중요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