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학습’은 이제 흔한 개념이 되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엄마가 직접 아이를 가르친다거나 엄마들끼리 모여서 ‘품앗이 학습’을 한다거나 하는 모습은 낯설었다. 그러나 많은 엄마들이 학원에 아이만 보내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고, ‘내 아이는 내가 가르친다’라는 믿음으로 직접 아이를 가르치기에 이르렀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바람직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교육계에 오래 근무한 필자 입장에서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엄마들이 직접 나설 만큼 엄마들의 안목이 높아졌다는 얘기도 되지만, 결국은 교육계를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 풍조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내 아이의 특성이나 성향, 스타일은 누구보다 엄마가 잘 알고 있으므로, 엄마가 직접 나서든, 아니면 엄마가 선생님과 같이 공조를 이루든, 아이의 학습에서 엄마의 존재는 이제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엄마들이여, 적어도 교수법(Teaching Method)을 들여 보자. 교수법은 우리 아이가 어떻게 가르치면 이해를 잘할 것인가? 어떻게 접근하면 우리 아이가 오해 없이 이 개념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간혹 우리 아이들 중, “곱셈과 나눗셈은 헷갈리기는 하나, 덧셈 하나는 누구보다 잘할 자신 있지?”하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 아이 경우, 덧셈은 정말 자신있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자기가 아는 범위 내에서 덧셈만큼은 만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아이가 고학년에 올라가서는 덧셈 문제로 끙끙 앓는 경우가 많다.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고 하자.
4+4+4+4+4+4+4=
덧셈 기호만 있으므로 분명 덧셈 문제가 맞다. 4를 7개 더하라는 뜻이므로, 덧셈이 자신 있는 아이는 열심히 4를 일곱 번 더해서 28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이미 눈치를 채신 엄마들은 4를 일곱 번 더하는 것보다는 이 문제는 곱셈 문제라는 것을 알아차리셨을 거다. 4×7=28이 된다는 것을 엄마들이 알고 있으면, 우리 아이를 가르치는 방법 중 효율적인 방법을 아이에게 제시해 줄 수 있다.
자, 그러면 다음과 같은 문제를 보자. 이 문제는 고학년인 우리 아이들을 참 많이도 괴롭히는 문제이다. 이런 유형의 문제를 완전히 정복한 개념이 없는 아이들은 이런 문제의 유형만 나오면 일단 머리 아파한다. 그리고 회피하려 든다. 마음 속으로는 ‘이런 유형의 문제는 대충 찍거나 풀지 않고 넘어가야지.’하고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름의 대처법이다. 그러나 그렇게 둘 수 없다는 것은 엄마가 너무 잘 알고 계실 거다.
1+2+3+4+5+6+7+8+9+10=
이런 문제를 접한 아이들, 풀이법을 제대로 모르는 아이들은 1부터 10까지 차례대로 더해서 55라는 답을 구했을 것이다. 틀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더하는 과정에서 틀릴 수 있는 확률도 높다.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엄마가 풀이 과정을 제시해 주자.
1 + 2 + 3 + 4 + 5 + 10 + 9 + 8 + 7 + 6 ------------------------- 11+11+11+11+11
이렇게 줄을 바꾸어 쓴 다음에 위와 아래 숫자끼리 더하면 그 값이 11이라는 답으로 똑같이 나온다는 것을 아이에게 보여준다. 11이 모두 5쌍이 나오니, 11×5=55, 이렇게 구하면 된다. 이 풀이 과정을 엄마가 알고 있다면, 우리 아이를 가르치는 데 유리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 문제는 더 꼬여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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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부터 100까지의 짝수의 합을 구하여라. * 1부터 100까지의 수 중에서 4의 배수의 합을 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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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위의 유형의 문제는 그래도 단순하다. 위의 풀이 과정을 염두하는 문장제 문제로 들어가면 우리 아이의 혼란은 배가 된다. 다음 유형의 문제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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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연이는 1월부터 매달 저금을 하기로 하였다. 1월에 5000원을 저금하고, 매월 전달보다 1000원씩 늘려 저금을 하기로 하였다. 이와 같이 지연이가 1년 동안 저금을 하면 저금한 돈은 모두 얼마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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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문제를 모두 일일이 더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너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엄마들은 아이들이 배우는 학습의 교수법에 대해서는 엄마 나름대로 연구하고 궁리해 볼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가르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적어도 내 아이에게 엄마는 선생님보다 많은 것을 알고 계시는, 그리고 친절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알려주시는 엄마여야 나중에 엄마 말이 우리 아이의 귀에 쏙쏙 들어가 박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