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가깝게 지내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계시다. 간혹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어 볼 기회가 생기는데, 초등학교 1, 2학년 수업 시간 중 가장 소란스럽고 시끄러운 시간은 의외로 수학 시간이란다. 이유를 들어보니 그럴 듯 하다.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세 자리 수의 덧셈과 뺄셈, 구구단까지 다 배우니,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재미가 없기 때문이란다. 한 마디로 아이 눈에 비친 초등학교 수학은 시시한 것이다.

우리 엄마들이 학교 수업 분위기와 우리 아이의 학습 습관과 태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선행을 하고 온 아이들은 학교 수업에 흥미를 잃어버린다.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수업 태도가 산만해진다. 초등학교는 지식 공부보다는 올바른 학습 습관과 태도를 갖는 일이 더 중요하다. 나중에 학습 습관과 태도를 잡아 보려고 해 보라. 아이는 아이대로 머리가 커진 상태라 절대 엄마말만 듣지 않는다. 올바른 학습 습관과 태도를 잡아 놓으면, 나중에 지식 공부, 응용 학습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 있다.

초등 저학년 때 학습 습관과 태도가 잡혀 있지 않은 아이들은 고학년 학습, 특히 수학 응용 문제에서 여실히 구멍을 드러낸다.

다음과 같은 문제를 보자.

    29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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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문제를 우리 아이에게 한번 제시해 보면, 엄마가 문제를 다 쓰기도 전에 얼른 가져가 기계적인 속도로 빠르게 풀어낼 것이다.

그런데, 똑같은 문제를 다음과 같이 변형하여 제시해 보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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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5=(20+9)+(30+a)
여기에서 a를 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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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5의 값은 빠르게 찾아내면서, 같은 문제를 위와 같이 변형하여 제시하면, a라는 숫자를 찾아내지 못한다. 문제에 대한 리뷰(review)없이, 기계적으로 빠르게 손으로 계산하는 훈련만 시켰기 때문이다. 이렇게 훈련된 저학년 아이들은 고학년에 올라가면 문장제 문제, 응용 문제, 서술형 문제만 보면 기피하여 풀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아이의 고학년 학습 능력 저하는 결국 저학년 때의 올바르지 못한 학습 습관과 태도로 기인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엄마들은 우리 아이의 학습 습관과 태도를 주의 깊게 바라보지 않고, 아이를 선행 학습이 난무한 학원가로 보낸다.

수학은 계산 능력만을 요구하는 학문이 아니다. 수학은 사고력을 요하는 통합 교과의 과목이다. 사고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계산이 빠르더라도 문제에 관한 식조차 만들어내지 못한다. 저학년 때는 기계적인 계산 능력보다는 사고를 요하는 능력,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 문제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먼저 길러주어야 한다.

그러니, 무조건 빠르게 계산하는 능력을 기계적으로 학습시키보다는 먼저 문제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길러주자. 문제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먼저 길러주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먼저 문제를 엄마가 물어봐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떻게 문제를 이해했는지,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지 아이가 연필을 들기 전에 한번 물어보는 것으로 일단 시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