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을 때 기발한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필자 역시 몸과 머리, 마음이 정신 없이 바쁠 때보다는 머리와 가슴을 비우고, 잠시라도 멍하니 있을 때, 그 동안 고민했던 문제들이 풀린 경험들이 있다.
모든 아이들이 몸을 움직여 정신 없이 뛰어놀 때도 가만히 혼자 앉아서 사색을 즐기는 아이를 가끔씩 보게 된다. 그 아이를 관찰하다 보면 흥미진진한 일들이 나중에 벌어지는데, 무엇인가 하나씩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아니면 소박하지만 리듬을 만들어내든, 무엇인가 일을 생산해낸다.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깊이 사색하면서 평상 시에 생각해 왔던 것을 몸소 실천하는 아이들이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이런 아이들을 보면 ‘참 멋지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데 지금의 아이들을 보면, 어른 못지 않은 하루 일정을 소화하는 아이들이 많다. 너무 바쁘다. 항상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남보다 뒤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방금 학교 공부를 마치고 나온 아이들은 마치 밀린 일을 한번에 해치우려는 듯이 바쁘게 각자의 스케쥴을 소화하려 뿔뿔이 흩어진다. 저 작은 체구에, 머리에 꽉 찰 정도로 공부를 하고 나온 아이들은 다시 학원으로 간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다. 잠시라도 아이에게 바깥 공기를 맡게 하고, 휴식을 취하게 해 주어야 다시 힘을 얻고 공부를 할텐데 안타까운 마음만 든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를 아무 학원에도 보내지 않으면 아이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이가 한가로이 지내고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하신다. 아이의 스케쥴을 학습과 체험 활동 등으로 꽉꽉 채우고 그 일과를 빈틈없이 모두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
그런데 잠시만 생각해 보면, 어른도 바쁜 일과 속에서 쉬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닌데, 아이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
너무 바쁜 일정 속에 아이를 밀어 넣으면, 아이는 어른이 얘기하시니, 거역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일정을 소화할 것이다. 학원이라면 한 군데라도, 하루라도, 한 시간이라도 빼 먹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 때문에 오늘도 학원가를 돌고 도는 아이들이 넘쳐난다. 그러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텔레비젼만 멍하니 보게 될 때가 올 것이다.
그러니, 엄마들이여! 아이들의 일정을 너무 꽉꽉 채우지 마셔라. 이것 끝나면 저것, 저것 끝나면, 요것..... 이렇게 아이를 얽매이지 마셔라. 일 주일 내내 똑같은 일정으로 아이를 지치게 하지 마셔라. 요일마다 차라리 다른 프로그램을 넣어서 변화를 주시는 것이 아이에게는 흥미를 잃지 않게 해 주는 방법임을 잊지 마셔라. 그리고 아이에게 시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반드시 휴식 시간을 중간에 끼워 넣어 주셔라. 아이가 혼자 사색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셔라. 혼자서 마음껏 책을 꺼내 보고, 좋아하는 놀이가 있다면 친구들을 불러 실컷 같이 놀게 하셔라.
아이 스스로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자신만의 사색의 세계를 넓히고 깊게 하여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도록 반드시 배려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말을 건네서 서로 활발히 얘기할 때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아무말 없이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엄마로서 해야 할 일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한다. 아이에게 꿈꿀 수 있는 시간을 빼앗지 마셨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