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학교 성적이 좋지 않게 나오는 아이들을 무조건 열등생으로 몰아가는 풍조가 있다. 학교 성적이 좋게 나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IQ도 좋게 나온다. 그래서 IQ가 좋은 아이들은 학교 성적이 좋다는 등식을 성립시켜 IQ가 낮게 나오면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아이들을 대한다.

IQ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이 지적 능력과 학교 성적 간의 상관관계는 밀접하다. 그러니 IQ가 좋은 아이들이 학교 성적이 좋을 수 밖에 없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능력과 IQ가 거의 같은 능력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다. 이 말은 학교에서 요구하지 않는 능력이 발달해 있어도, 학교에서는 우등생이 아닌 열등생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포함하기도 한다.

컴퓨터를 너무나 잘 다루는 아이를 알고 있다. 컴퓨터 언어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서 그런지, 또래 다른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한 구조를 이 아이는 참 잘 알아낸다. 그러나 이 아이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학과 성적은 특출하지 않다. 아니 성적이 좋지 않다. 그렇다고 이 아이를 열등생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

아이들 중에는 어떤 분야는 매우 탁월한데, 다른 분야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아주 많다. 바둑은 매우 잘 두는데, 말하는 것은 빠르지도 않고, 정확하지 않은 아이도 있을 수 있고, 그림은 너무 잘 그리는데, 글쓰기는 그리 좋지 않은 아이도 있다. 악기를 다루는 솜씨는 누구보다 뛰어난데, 수학을 못하는 아이는 의외로 많다.

지능은 이렇게 여러 종류,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것인데, 오직 학교에서 요구하는 능력만 측정하여 그 능력을 수치화한다. 그 수치로 아이를 우등생, 열등생으로 구분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지능은 복합적인 여러 가지 능력을 포함하고 있다. 학교에서 측정하는 능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능력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그 일부분의 수치 하나로, 가능성과 잠재력이 많은 우리 아이를, 어느 아이는 우등생이고, 어느 아이는 열등생이라고 선을 긋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심리학자 가드너도 이러한 점을 미리 착안하여 복합지능 이론을 발표했다. 복합지능 이론에서는 인간의 지능에는 여러 가지 능력이 있다고 보는데, 언어, 논리·수학, 공간, 음악, 신체, 개인간, 개인내 능력, 이렇게 7가지 능력을 측정하여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그 중 IQ 검사는 주로 언어 능력과 논리·수학적 능력을 측정한 것에 불과하다. 나머지 공간, 음악, 신체, 개인간, 개인내 능력은 배제되어 있다.

같은 종류의 능력 안에서 더 발달되고, 덜 발달될 수는 있으나, 서로 다른 능력의 종류에서는 어느 능력이 어느 능력보다 더 발달되고, 덜 발달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모든 능력이 다 소중하며, 다 가치가 있다.

그러니, 엄마들이여!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좀 부족하다고, 아이를 너무 몰아세우지 말기를 바란다. 아이에게 뛰어난 능력은 반드시 있다. 우리 엄마들이 할 일은 그 능력을 찾아낼 기회를 아이에게 주고, 그 능력을 발견했다면, 더 잘할 수 있게 격려를 해 주면 된다.

어떤 능력은 우수하고, 어떤 능력은 열등하다는 수직적이고 이분법적인 생각을 버리는 것이 현명한 엄마로서의 할 일이다. 그래야 우리 아이도 좀더 행복하고 가치있게 이 세상을 살 수 있는 존재감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