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식사 준비를 하고, 남편 출근을 돕고, 서둘러 아이들을 깨운다. 깨우자마자 아이들이 째깍째깍 일어나면 좋겠지만 아이들은 늘어질대로 늘어져서 최대한 지각하지 않을 정도로, 누워 있을 때까지 끝까지 누워 있다가 엄마의 큰 소리에 마지못해 일어난다. 서둘러 아침을 준비해 세수하고 나온 아이에게 숟가락으로 떠서 밥을 먹이고, 옷을 챙겨서 입히고, 학교 가방이며 준비물, 신발주머니 등을 챙겨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온다. 집에 돌아와서는 남편과 아이들이 벗어 놓은 옷들과 이부자리 등을 정리하고,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해 놓으면, 초등학교 저학년에 다니는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 된다.
아이를 데리고 와 간식을 먹이고, 알림장부터 확인한 뒤, 숙제를 챙겨서 아이 앞에 내민다. 아이는 엄마가 가져다 준 간식을 먹고, 엄마가 가져다 준 수학익힘책의 문제를 풀며, 또 엄마가 데려다 주시는 태권도나 피아노 학원에 가서 선생님이 알려 주신 대로 열심히 배운다.
학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다가 데리고 집으로 온다. 집에 와서 손이며 얼굴이며 일일이 씻기고 저녁을 챙겨서 먹이고, 한 가득 세탁기 안에 쌓인 빨래감들을 정리하여 세탁기를 돌린다. 저녁 설거지를 하고, 아이의 숙제를 마지막까지 챙기고 내일 수업 시간에 빠뜨리는 준비물은 없는지 철저히 다시 검사해 준다.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세수와 양치를 꼭 할 수 있도록 챙기는 것도 엄마의 할 일이다. 고달픈 하루의 일과를 끝낸 다음, 텔레비전을 보고 싶다는 아이를 윽박질러 억지로 잠자리에 들게 한다.
아이 하나 이상이 되는 집의 풍경이다. 엄마들이 읽다 보면,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아이 하나 키우려면 엄마의 진이 다 빠진다는 말은 공연히 생긴 말이 아닌 듯 싶다. 얼마나 지치고 고달픈 하루를 보내는지 엄마가 아닌 사람은 아마 이해가 안될 것이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우리 나라 아이만큼 공주와 왕자 대접을 받는 나라도 없는 것 같다. 아이가 시험 때만 되면 나라의 공주나 왕자가 아닌, 이 세상의 제왕이 된 듯, 아이는 아이대로 행동하고, 엄마는 엄마대로 그렇게 떠받든다.
아이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얌전히 공부만 잘하면 만사형통이다. 엄마가 데려다 주시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대로 쓰고, 셈하고, 만들면 된다. 엄마가 데리러 오시면 엄마 따라 집에 왔다가, 또 엄마가 데려다 주시는 학원에 가서 학원 선생님이 풀라고 하는 문제를 풀면 된다. 학원 수업 시간이 끝나면 또 엄마가 데리러 오신다. 집에 와서는 집에 오시는 학습지 선생님과 학습지를 공부하면 된다. 엄마가 챙겨주시는 밥을 먹고, 치우지 않아도 된다. 잠자리도 엄마가 다 봐 주신다. 숙제도 알아서 엄마가 챙겨 오신다. 챙겨 오시는 숙제를 연필 들고 하기만 하면 된다. 숙제가 끝나면 엄마가 알아서 책가방을 싸 주시고, 준비물도 알아서 챙겨 주신다. 잘 때는 엄마가 칫솔에 치약을 묻혀 입에 물려 주신다.
도대체 아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뭔가 아이가 스스로 해 보려고 해도, "그런 건 엄마가 알아서 해줄 테니 넌 공부나 열심히 해." 라고 말씀하신다.
엄마들이여!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엄마가 다 빼앗아 한다면, 아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지 않겠는가?
어느 가정에서는 식사 시간이 되었는데도, 식사 시간에 제대로 식탁에 앉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집안의 규칙을 만들어 지키게 하려는 의도도 있고, 자신이 늦음으로 인해서 다른 식구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좀 과한 면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하지만, 그런 규칙을 만든 이후로, 식사 시간에 늦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미국의 부모들은 막 걸음마를 시작한 꼬마 스스로 신발 끈을 묶게 한다고 한다.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부모가 도와 주지 않는다. 아이가 신발 끈을 다 묶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그들은 아이 일을 부모가 대신 해 주는 것은 아이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빼앗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는 아이 대신 아이의 일을 대신 해 주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고, 도와 주는 사람이다.
엄마들이여! 제발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엄마라는 이유로 빼앗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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