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글로 쓴다는 것은 자기의 생각을 정리한다는 것이다. 자기의 생각을 정리한다는 것은 그만큼 머리 속으로의 입력(input)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 입장에서 보면, 공부한 양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기를 잘한다는 것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일정한 기준에 의해 잘 정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를 잘하는 아이는 대부분 분류를 잘한다. 분류는 분류 기준이라는 것을 항상 포함하는데, 분류 기준을 잘 찾아내는 아이는 또한 전체적인 맥락과 핵심도 잘 찾아낸다.

이렇게 머리 속으로 입력된 것을 밖으로 꺼낼 때, 자기만의 분류 기준을 찾아내어 전체적인 맥락을 놓치지 않으면서 핵심을 꿰뚫어 그것을 손으로 정리하니, 당연히 필기를 잘하는 아이는 공부를 잘한다.

이렇듯 필기는 공부한 아이의 확실한 흔적이며 증거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엄마들이 놓치면 안되는 점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노트에 정리한 그 필기가 누구의 생각을 정리한 것이냐는 점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 아이들이 분류 기준을 잘 찾아내어 정리해야 할 방향을 놓치지 않으면서 누구나 봐도 이해가 잘 되게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하여도, 그것이 선생님의 판서를 그대로 베껴쓴 것이거나 참고서의 내용을 그대로 정리한 것이라면 그 노트 필기는 소용이 없는 필기라는 점이다.

선생님 판서나 참고서의 요약 내용은 아이 스스로 만들어 낸 분류 기준이나 분류 체계가 아닐 뿐더러 더구나 핵심 내용도 아이가 뽑아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필기의 과정에 아이의 사고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이런 노트 필기는 몇 십 장을 써도 쓰레기이다.

어떤 노트 필기이든 우리 아이가 자기 나름대로, 자기의 생각을 스스로 정리한 것이 값어치 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노트를 보면, 선생님의 판서도 잘 적었을 뿐 아니라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점, 선생님이 알려주시지 않았으나, 이리저리 자기가 궁리하여 찾아낸 내용을 중요한 부분마다 깨알같이 정리하고 있다.

몇 해 전, 하버드, 프린스턴, 스탠버드 등 미국 10개의 명문대학에 동시 합격한 박원희 양도 중학교 때 필기의 여왕으로 불렸다고 한다. 하도 필기를 잘해서 시험 때만 되면, 박원희 양의 노트를 서로 빌리려고 성화였다고 하니, 그 노트 필기 수준이 가히 놀라울만하다.

이렇듯 공부 잘하는 아이는 쓰기를 잘한다. 역으로 쓰기를 어려워하거나 쓰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 쓰기를 소홀히 하는 아이들은 십중팔구 공부에 흥미가 없다. 글을 잘 쓰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일기를 잘 쓴 아이들이다. 또한 독서기록을 빠짐없이 하는 아이들이며, 나아가 노트 필기를 잘하는 아이들이다.

그러므로, 엄마들이여 우리 아이가 쓰는 것, 그 내용, 분류 기준, 글씨를 똑바로 쓰고 있는지, 노트를 그대로 베껴 쓰는지, 자기의 생각을 잘 정리하여 쓰는지만 잘 관찰하여도 우리 아이만을 위한 훌륭한 쓰기 학습법이 쏟아져 나옴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