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나이가 어린 아이일지라도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본능적으로 아이들은 이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인지, 불리한 상황인지 판단한다. 유리한 상황인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반대로 불리한 상황인 경우에는 직감적으로 이 상황을 벗어날 궁리를 하게 된다. 그것이 아이다.
수업 시간에 너무나 산만하고 먼 허공을 바라보는 아이가 있다. 공부에는 전혀 뜻이 없는 아이다. 그렇다고 게임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아이들과 수다 떠느라, 또는 딴짓 하느라 공부를 안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혼자 딴 세계에 빠져 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업을 배척하는 아이다. 수업에는 집중을 하지 않는 아이인데다가 진지하게 수업을 받아본 경험이 전혀 없는 아이다. 자신이 공부를 왜 하는지,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지식을 쌓고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인지 전혀 사전 경험이 없는 아이다. 이 아이는 이전에 어떻게 공부를 해 왔을까? 할 정도로 의심이 드는 아이다.
차라리 친구 관계가 원활하거나 좋으면 걱정이 덜하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친구들은 이 아이의 성실하지 못한 태도, 수업에서 한번도 진지함을 보이지 않은 모습 때문에 이 아이에 대한 신뢰 자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그 중 리더십이 있고, 마음이 여린 친구가 이 아이에게 책을 보는 법, 문제를 읽는 법 등을 알려주려고 애쓰지만, 그 역시 한 순간일 뿐이다. 매 시간, 매 번 그렇게 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아이를 수업에 보내는 부모님의 마음이다. 어떻게든 아이에게 공부하는 맛을 들이고,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고 싶겠지만, 이미 이 아이의 마음 속에는 그런 생각은 전혀 들어와 있지 않다. 차라리 산만하고 장난이 심한 아이라면, 이 아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고 있어 아이의 공부 습관과 태도를 교정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고 하지 않던가? 집에서 공부에 대한 마인드와 습관이 전혀 잡혀 있지 않은데, 아무리 많은 학원을 보낸들, 아무리 많은 선생님을 모셔온들 가능하겠는가?
이런 경우, 대부분의 부모님은 내 아이의 문제보다는 다른 아이의 문제를 먼저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내 아이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다른 아이로 인해 내 아이가 위축되거나 수업 시간에 제대로 활발하게 활동을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정말 부모님의 오판이다.
아이들은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 때, 이 상황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른보다는 떨어지더라도 이 일이 일어난 원인과 결과는 명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가진 것이 아이다.
성실한 아이는 아이들도 존경한다. 열심히 하는 아이는 아이들도 인정한다. 공부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지루한 자신과의 싸움임을 알기에 그 싸움을 묵묵히 성실히 수행하는 아이는 아이들도 좋아한다. 그리고 배우고자 한다.
그러나 반대로 성실하지 않고, 진지하지 않은 아이는 아이들도 알아차린다. 자신의 힘으로 진지하게, 열심히 공부하여 얻어가면 인정하지만, 불성실한 방법으로, 부당한 방법으로 지식을 획득하는 것은 아이들마저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니, 엄마들이여!
아이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셔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하지 마셔라.
아이들은 충분히 안다. 더구나 불성실함, 정당하지 못함, 부당한 이득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싫어하고, 분노함을 잊지 마셔라.
그러니, 내 아이에게 먼저 성실함을 가르치셔라.
정당하게 결과를 얻는 방법을 깨우쳐 주셔라.
자신이 노력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결과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반드시 알게 하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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