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만에 중학교 교실을 다녀왔다. 큰 아이가 중학교 3학년, 그동안 바쁘다고 미루었던 학부모 시험 감독을 갔던 것이다. 더 미루기 전에 다녀오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도 있지만, 모처럼 학교 교실의 풋풋한 열기와 그 시절 공부에 매진했던 향수가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오늘 시험은 두 과목, 과학과 수학이다. 아이들이 잠자면서도 벌떡 일어난다는, 두 과목, 즐기지 않고서는 그 시간을 견뎌내는 것조차 힘든 과학과 수학 시험 시간이다.

시험 시간은 50분, 시간이 10분이 지나면서 학교 선생님과 반 아이들에겐 익숙한, 그러나 학부모에겐 그리 달갑지 않은 상황이 일어났다. 복도쪽 맨 앞줄에 앉아 있는 여학생이 옷깃을 여미는 듯 하더니, 책상 위에 그냥 누워 버린다. 잠시 무엇을 생각하거나 고민하는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바로 지금 상황과는 별개인 듯, 책상 위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다. 반대편 창가쪽 이번에는 남학생이다. 역시 책상 위에 누워 버린다. 아마 아무것도 체크하지 않았을지라도 시험 끝난 후, 답안지는 낼 생각인가보다.

다음 시간, 다른 반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이번 시간은 이전 시간보다 낫다고 해야 하나?

공교롭게도 바로 코 앞에 있는 아이는 교실이 그리 넓지 않은 관계로 답안 작성을 필자에게 보여야만 했다. 속으로 무지 불편했으리라. 바로 코 앞에서 시험을 보던 아이는 모든 답안을 ‘4’로 쓴다. 아니 ‘4’로 맞춘다. 시간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서술형 답안지는 그대로 빈 상태이다. 답안지와 시험지를 정리하여 책상 한쪽에 두고, 필통에 컴퓨터 사인펜과 볼펜, 연필, 지우개 등을 넣은 뒤, 그대로 엎드린다.

물론 이 반 역시, 선생님과 반 아이들에겐 익숙해 보였다. 적어도 겉으론 그래 보였다. 속에서 아마 열불이 터졌을 지도 모른다. 특히 시험 감독하는 선생님께서는 더욱 더.

시험 시간에 누워 있는 그 아이들의 등과 뒷머리를 보면서 필자는 많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저 아이의 부모는 내 아이가 시험 시간에 이렇게 책상 위에 누워 있는 것을 알고 있을까’였고, ‘아마 알고 계셔도 세세하게는 모르실 것이다.’라고 나름 위로하였다.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이 상황을 알고 계시는데, 부모님이 그냥 계실리는 없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인 것 같다.

‘잠을 자고 있을까?’ 아닐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아니라고 믿고 싶다.
등 뒤로 쏟아지는 시선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마음은 더 불편하리라.

언제부터인가가 궁금했다. 시험 답안을 쓰지 않는 아이가 된 것은.
언제부터 익숙해졌을까 궁금했다. 선생님과 반 아이들이 시험 시간에 책상 위에 엎드려 있는 아이가 익숙한 것은.

학교에서는 힘들다. 이렇게 한번 부진에 빠진 아이들에게 다시 관심 갖기는.
선생님들께서는 더욱 어렵다. 그러한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붙들고 정확히 어디에서부터 결손이 일어났는지를 알아 내는 일은.
반 아이들도 그냥 안타까워할 뿐이다. 그렇다고 나서서 도와 주고 싶은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러니 엄마들이여, 엄마들이 나설 수 밖에 없다.

내 아이가 나중에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혹시 모를 시험 답안을 쓰지 않는 아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내 아이가 나도 모르는 사이 학습 결손이 생겨, 차츰 그것이 쌓이고 쌓여 결국은 부진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 아이는 학부모인 엄마들이 챙길 수 밖에 없다.

내 아이에게 조금만 관심을 더 갖자. 아이의 교과서를 들여다 보자. 선행만 무조건 시키지 말자. 기본 바탕 없이 엉성한 집을 짓게 하지 말자. 학습 결손이 일어난 지점을 최선을 다해 찾아주자. 예습보다는 복습을 먼저 하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