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엄마나,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둔 엄마나 자신의 아이를 주눅들지 않게 키우고 싶어한다. 아니 그것은 이땅의 아이를 둔 모든 엄마(또는 아빠)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좀더 자유롭게, 학교 공부에 찌들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면서 원하는 삶을 살게 하고 싶어한다.

한편으로, ‘한국의 교육 제도나 현실 앞에서 그것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갖는다. 그러면서 서서히 다른 나라의 교육 제도나 교육 방침, 교육 혜택 등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생각이 더 발전하면 우리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한국의 생활을 청산하고 이민길에 오르거나, 아니면 기러기가족 생활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의 교육 제도에 맞추어 아이를 키우는데, 혹은 뒷바라지 하는데 지친 엄마들이 동경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인 것 같다. 특목고를 겨냥하여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바짝 신경쓰는 엄마들도 따지고 보면, 아이비리그(Ivy League)를 노리고 시키는 것이니까 말이다.

미국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몇 십 년 살다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미국은 모든 교육의 눈높이가 아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지, 아이들의 숨은 재능을 이끌어 내기 위해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늘 연구하는 나라가 미국이니까 말이다.

이렇게 미국이 교육적으로 다른 나라 엄마들이 부러워하는 ‘교육이상국’으로 서기까지의 과정에서 우리 엄마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미국은 자유 지상주의 나라여서 무엇이든 개인의 삶과 자유가 보장되고, 개인의 삶을 억압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으며, 한없이 자유와 평등이 허락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뉴스를 통해 보는 미국의 수업 풍경이 놀이하듯 공부하고, 복장이나 머리 규제는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은 이것 또한 겉모습에 불과하다.

미국은 어느 나라보다 기본기 교육, 기본 교과 과정 이수에 굉장히 엄격한 교육 제도를 가지고 있다. 자기 자신의 훈련을 통해서 기본 바탕을 만들지 않고서는 그 무엇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며, 실제 수업 방식도 엄격하다. 스스로 해 내야 하는 과제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버드 대나 예일 대의 도서관은 1년 내내 불이 꺼지는 법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실제로 한국의 학부모, 특히 엄마들의 교육열은 가히 뛰따라올 나라가 없을 것이라 여기는데, 미국의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도 엄격함과 보수적인 수준이 상상 이상이라 한다. 작은 생활 습관은 물론이고, 친구를 사귀는 일, 학습 태도를 기르는 일 등 하나하나 통제하며 조각하듯 다룬다.

이유는 단 하나, 기본 바탕을 먼저 길러 주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엄마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키워주고 싶어하는 창의력은 어느날 뚝딱 하늘에서 떨어지듯 길러질 수 없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식 체계를 이해해야 가능하고, 그것도 완전히 터득해야 창의적인 실마리 하나 겨우 잡아낼 수 있다. ‘새롭다'고 해서 모두 창의적인 것은 아니다. 새로움과 더불어 그것이 현실 가능한 것이라야 비로소 창의적이다라고 말한다. 새로우면서 현실 가능한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은 현재 이 현실을 모르고서는 절대 할 수 없다. 현실이란 현재를 포함한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지식 체계를 말하며, 그것은 결국 기본 바탕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엄마들이여, 우리 아이들을 좀더 자유롭게,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인재로 키우고 싶다면, 먼저 기본 바탕을 키우는 일에 주목하자. 제대로 읽고, 제대로 쓰고, 제대로 셈하지 못하는데,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생각을 한다고 그저 기뻐할 일만 아니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