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입수능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바로 코앞이다. 대입수능일이면 여러 가지 이슈가 늘 떠오르지만 입시생들의 수능 시험 부정 사건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몇 년 전에는 수십 명 단위의 조직적인 형태로 전국의 여러 도시들에서 다발적으로 입시 부정이 벌어져 벌집을 쑤신 듯 온 사회가 시끄러운 적도 있었다.

사회지배층의 도를 넘은 교육열은 부끄러움을 양산한다. 서울의 모 대학교수의 아들 부정입학 사건, 담임교사와 연루된 어느 차장 검사 아들의 고교 성적 조작 사건, 거기다 어느 학교는 교장선생님을 포함한 다수의 학교 선생님들과 학교운영위원회의 간부급 엄마들의 성적 조작 사건까지. 부끄럽고도 부끄러운 일이다.

보통의 우리 엄마들은 다 알고 있다. 사회지배층의 비뚤어진 사고 방식과 가치관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정직하고 올바르게 자라야할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주고 있는 것을. 성적 제일주의, 학벌 제일주의가 만들어낸 일종의 범죄 행위인 것이다.

거기에다가 십여 년 전부터 유행처럼 불어닥친 조기유학붐은 사회 이곳 저곳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양산해냈다. ‘기러기 아빠’라는 유행어는 흔한 용어가 되었고, 자식의 유학비와 생활비를 조달하기 위해 돈 버는 기계로 전략한 일부 기러기 아빠들의 힘에 겨운 삶의 사투는 늘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만들어냈다.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돌아와도 늘 텅 비어 있는 집 안과 혼자 살기 넓다고 가족과 살았던 집을 정리하고 원룸에서 지내던 기러기 아빠들이 외롭고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는 뉴스는 이제는 너무 흔하다.

이렇게까지 해서 아이의 공부를 시켜야 할까? 가족의 중요한 구성원인 ‘아빠’라는 존재가 돈 버는 기계로 전략하고, 따뜻한 상호 교류가 없으니 어쩌다 만나더라도 서로 어색하여 짧은 침묵도 힘겨워하는 사이가 되는데, 그렇게까지 해서 그 멀리 아이들을 보내야 할까? 서로의 사랑과 배려를 배우면서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데, 단지 아이들에게 아빠는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으로 만들어도 되는 것일까?

필자가 장담하건데, 가족이 모두 함께 가지 않는 조기유학은 99% 실패한다. 이미 7~8년 전부터 그 이전에 조기유학갔던 많은 사람들이 실패해서 돌아오고 있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5~6년 영어와 기타 학력 신장을 위해 굳은 마음 먹고 떠났던 조기유학은 그 이상을 더 버티지 못하고, 유학간 사회에서도 적응하지 못한 채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언어 환경도 극명하게 다르고, 이 땅에서 아무리 영어를 잘해서 갔다고 한들, 모국어인 그들보다 잘할 수가 없다. 어렵게 어렵게 적응한다고 하더라도, 그들 사회에서 유학간 사람들은 여전히 소수민, 사회적 약자이다. 그 험난한 바늘 구멍은 이 땅의 바늘 구멍보다 작으면 작지, 결코 클 수 없다. 여기에서도 뚫기 어려워 간 유학인데, 거긴들 뚫기가 쉽겠는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어린 아이들을 조기유학 보낸다. 이 땅에서 아직 학습 습관과 태도가 잡혀 있지 않은데, 그 곳에 가면 어느 날 갑자기 바뀔 것을 기대하는지 모두 보낸다. 그러나 100명 중 단 1명만 겨우 성공해서 정착할 뿐, 나머지 99명은 돌아온다. 돌아오면 다시 문제가 불거진다. 그동안의 공백기가 있으니, 그 벌어진 간극을 어떻게든 메워야 하는데, 그 또한 만만하지 않은 것이다. 일단 어휘력에서 턱없이 떨어진 상태로 돌아온다. 다시 국어 공부를 해야할 판이다.

그런데 왜 조기유학을 보내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가족 구성원이 모두 떠나는 것이 아닌, 아빠만 한국에 남겨 놓고, 돈 버는 기계로 전략시켜 놓고, 아이들과 엄마만 왜 가는지 모르겠다. 낯선 이국땅에서 엄마와 아이가 적응하는 것이 또 쉽겠는가? 이런 절름발이 가족 문화에서 아이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유학은 아이 스스로 학습 습관과 태도가 잡혀 있다면 보내도 된다. 여기에서 잘하는 아이는 어디에 가서도 잘한다. 문제가 있어서 도피용으로 떠나는 유학이라면 거기에서도 마찬가지로 문제를 일으킨다. 환경을 바꾸어 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시키고, 가꾸어 가고자 하는 사람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거다.

제발 아빠만 남겨 놓고, 엄마와 아이만 떠나는 조기유학 이제 그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