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이면 엄마의 고민도 하나 둘씩 늘어난다. 선생님의 말씀은 귀를 기울여 잘 들을지, 자기의 의사를 잘 표현할 지,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낼 지, 공부는 잘 따라갈 지, 학교는 언제까지 데려다 주어야 할 지, 학교 선생님은 우리 아이에게 친절할 지, 다른 아이보다 우리 아이가 뒤쳐지는 것은 아닐 지, 심지어 가방은 등에 메는 것으로 사주어야 할 지, 책가방이 무거우면 키가 잘 자라지 않는다는데, 바퀴가 달린 가방으로 사주어야 할 지, 신발주머니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어깨에 멜 수 있는 것으로 사주어야 할 지, 필통은 2단으로 된 것이 좋을지, 헝겊으로 만들어진 것이 좋을 지 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고민이고 걱정이다.

또 아이의 책상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사주어야 할지, 아직 나이가 어리므로 앉은뱅이 책상(밥상)으로 공부를 시켜야 할지도 엄마들의 고민거리 중의 하나이다. 

집에 초등학생 뿐 아니라,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있는 엄마들은 공감할 얘기가 있다. 책상에 앉아 공부한다던 아이는 컴퓨터로 교육방송을 보는가 싶더니 어느새 쿠션을 끌어 안고, 꿈나라에 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 아이들이 책상을 졸리면 잠깐 자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얘, 일어나. 졸리면 누워서 자야지.”
하고 흔들어 깨우면, 백이면 백, 모든 중학생(혹은 고등학생)은 서로 짜기라도 한 듯 똑같은 말을 한다.
“공부할 거예요. 잠깐 자는 거예요. 다시 일어나서 공부할 거예요.”

평소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것이 습관이 된 아이들은 책상을 공부하는 곳이 아닌 잠깐 수면을 취하는 곳으로 인식한다. 잠깐 자고 다시 일어나 공부하겠다는 생각으로 책상에서 잠을 청하지만 사실 이 아이는 책상에서 자면 침대에서 자는 것보다 마음이 편한 것일 뿐이다. 책상이라는 장소에서 공부를 하게 하려면 책상에서는 공부 이외의 어떤 행동도 허락해서는 안된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고 책상을 사줄 것을 먼저 고민하기 보다는 책상에 앉아서는 공부를 하는 곳이라는 인식, 나아가 책상에 앉아서는 공부 이외엔 다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습관을 들여 놓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아이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 주고, 책상에서는 공부만 하도록 지도한다.

만약 공부를 하다가 졸리면, 책을 덮고 책상을 떠나 침대나 이불을 깔고 자게 하는 것이 좋다. 책상 위에 앉아 공부를 하려는데 잡념이 떠오르면 차라리 장소를 소파 등으로 옮기는 것이 낫다. 공부를 할 책이 아닌 만화책을 보고 싶거든 얼른 책상을 떠나 다른 장소에서 만화책을 보게 하는 것이 현명하다.

간혹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가 기특하여 책상 위에서 먹을 수 있도록 간식을 챙겨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그닥 바람직하지는 않다. 간식을 먹게 하려거든 역시 책상이라는 장소를 떠나 식탁이나 다른 장소에서 먹게 하는 것이 좋다.

믿기 어렵겠지만, 보통의 아이들은 책상에서 공부하는 ‘척’하면서 딴짓을 많이 한다. 교실에서도 얌전히 앉아 있는 아이가 열심히 공부할 것 같지만, 사실 그 아이 눈빛을 보면 집중하여 공부를 하고 있는지, 머리속에서는 딴 세상을 헤매고 다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겉으로는 열심히 하는 ‘척’하는 그런 공부는 별 도움이 안된다. 책상 위에서는 열심히 하는 ‘척’이 아닌 열심히 공부하는 장소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고, 책상 위에서만은 딴짓을 하게 하지 말자. 그리고 그것을 아이 스스로 깨닫고 실천할 수 있도록 타이르고 알려주자. 습관이 될 수 있도록 엄마가 신경써 주자.

초등 고학년,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도 책상은 공부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아이가 그리 많지 않음을 볼 때, 생각보다 이 문제는 실천이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