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선 학교에서는 선행학습이 아닌 ‘제철학습’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나친 선행학습으로 인해 학교 교실에서 질문이 사라져가고, 밤늦은 시간이 되어야 학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이 다음 날 학교에서는 거의 졸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교육은 그 정도가 지나쳐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영어와 수학을 배우고, 초등학교 고학년 때 중학교 과정을 공부하고,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에 이미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하니 그럴만도 하다. 학원이나 학습지는 학교 공부 외에 보충이 필요한 아이나 학생에게 적합한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선행이 불필요한 아이들까지 모두 선행, 선행을 외치니, 제대로 교육이 이루어질리 없다.
당연히 학교 교실에서는 모르는 것은 질문하는 풍경이 사라진지 오래다. 선생님도 이미 아이들은 학원에서 선행을 하고 오겠거니 생각하고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아이의 생각을 끌어내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선행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선행이 꼭 필요한 학생은 선행을 해야 한다. 선행으로 잠재되어 있는 호기심이 유발되는 아이에게는 선행이 독기 되기보다는 오히려 약이 된다. 그러므로 무조건적인 선행을 해서도 안되고, 학교에서 제철학습을 시행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선행학습을 안해서도 안된다.
선행은 학습 전략과 시기에 대한 적절성 고려 없이 무조건 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만 발생하고, 화만 입는다. 선행을 함으로써 생기는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엄마는 선행을 어떤 전략을 사용하여, 어느 시기에, 어느 수준만큼 할지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여러 사례를 들어보고, 찾아보아도 ‘선행’이 성과를 보이는 경우는 방학 동안 미리 예습한 것에 대하여 아이가 다음 학기에 깊이 있게 그 내용을 다시 한번 공부하는 경우이다.
방학 중에 이미 선행했다고 해서 방만하게 생각하고 다음 학기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않으면 선행은 아이에게 독이 된다. 방학 때 주로 개괄적이고 포괄적인 측면으로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미리 훑어 보는 수준으로 선행을 하는 것이 적합하다.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은 이러이러하니 학기 중에는 이렇게, 저렇게 집중하고 몰두하여 이 부분을 더 깊이 파헤치는 것이 좋다라는 식으로 선행을 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선행을 무슨 시험 준비하듯이 개념부터 개념확인 문제, 응용문제, 서술형문제, 기출문제, 예상문제 등 그 깊이를 더해가면서 내용을 파헤쳐주면 아이는 이미 호기심도 잃고, 흥미도 잃어버린다. 학기 중에 교실에서 꾸벅꾸벅 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선행은 방학 중에 대강의 줄거리를 파악하는 정도로 해 주자. 대강의 줄거리를 파악해 두면, 어떤 내용을 배워야 하는지 미리 알고 가니, 불안감이 덜할 것이고, 학기 중에는 이 줄기에 살을 붙이는 방법으로 선행 전략을 알려 주면 학기 중에 풍부한 학습이 된다.
엄마가 좀더 봐줄 수 있는 경우에는 한 두 권 정도의 교재를 선택하여 문제를 풀게 하는 정도로만 선행을 해 주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