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에서 중학생반을 특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중학생이 갖고 있는 학습의 집중력은 잘만 이끌어주면 폭발적이다. 초등학생처럼 누가 이끌어주어야만 공부를 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모든 것을 주관하고 관리하는 어른도 아니지만,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해 주고, 동기부여를 적절하게 해 주면, 어른 못지 않은 집중력과 학습 능력을 표출한다. 그래서 중, 고등학교 때 갑자기 성적이 상위권으로 뛰는 아이들이 나온다.
원래 상위권이 아닌 아이들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학습 전략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선진국에서도 상당한 유행을 일으키고 있는 학습 전략이 있는데, 그것은 또래끼리의 협동 학습이다.
엄마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답답함과 흥분함을 얼굴에 표현하지 않기 위해 꾹꾹 눌러 참다가 결국에는 그 한계를 지키지 못하고, 흥분하는 기색이 그대로 나타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한다. 주먹 쥔 손으로 엄마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가슴을 치다가 아이의 머리를 쥐어박는 것도 부지기수. 이렇게 간단한 것을 모르다니, 복장이 터질 노릇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다 보면, 엄마는 스스로 아이를 가르치는 것을 포기하게 되고, 대신 아이를 가르쳐 줄 곳을 물색한다. 유명하다는 선생님을 가능한 빠르게 모셔와 아이에게 붙여 놓는다. 가장 최근에 공부했다는 이유로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을 과외 선생님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래도 별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경우, 또래끼리의 협동 학습 방법을 한번 사용하시기를 제안한다. 물론 또래끼리만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누군가는 학습을 계획해 주고, 이끌어주어야 하며, 또 정리도 해 주고, 다음 학습을 계획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또래 중에서 이러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아이가 있다면 그 또한 바람직하다.
특히 수학 공부를 할 때, 아이의 수학 선생님으로 적격인 사람은 아이의 친구이다. 또래 친구는 수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가 이해 못하는 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현재 자신도 비슷한 것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 또래 친구를 아이에게 가르쳐 보게 하라. 다른 사람을 가르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가르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가르침을 받는 사람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하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또한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 가르치는 활동을 하면서 또래 친구가 더 잘 이해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또한 이해하지 못할 경우에는 자신의 가르치는 방법을 되돌아보게 된다. 자기 자신을 더 잘 알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친구에게 가르쳐 주면서 문제 풀이 과정을 숙달할 수 있다. 자신의 풀이 과정을 좀더 효율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점검의 기회도 된다. 또래 친구 학습은 자신의 학습에 커다란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
실제 연구소에서 중학생반 수학 수업을 할 때, 또래 친구들에게 직접 가르쳐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보았다. 자신이 가르친 부분과 영역은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 필자도 20년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교생 실습 때 했던 첫수업의 학습 내용과 교구, 학습 자료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또래끼리의 협동 학습은 이렇듯 생생하게 가르치는 사람에게 남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