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게도 아이들 중에는 자기가 쓴 글씨를 알아보지 못해서 수학 시험볼 때 문제를 잘 풀고도 답을 잘못 써서 틀리는 경우가 있다. 숫자 0과 6을 흘려 써서, 자기가 쓴 숫자가 0인지, 6인지 헷갈려서 정확한 답을 못 쓴 것이다.
어렵게 문제에서 요구하는 답을 찾아놓고도, 자신의 잘못된 습관 때문에, 숫자를 잘못 봐서 문제를 틀린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런데 이 말도 안되는 일을 우리 아이들이 하고 있다.
초등 아이들 중에는 글씨 쓰는 것을 귀찮아해서 바르게 쓰는 습관이 안된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십중팔구 성격이 무지 급하다. 자신이 써야 할 내용은 많고, 빨리 쓰고 싶은데, 글씨를 쓰는 손의 속력이 따라주지 않으니, 대강 대강 빠르게 쓰려고만 하는 것이다. 또 승부욕이 강한 아이일 경우에도 글씨를 대략 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아이보다 무조건 빨리 끝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글씨를 대강 흘려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의 습관을 초등학교 때 교정해 주지 않고, 그대로 두면, 중, 고등학교에 가서는 자기의 습관 때문에 오히려 화를 입는 경우가 많다. 서두에서 말한 대로, 다 푼 정답을 잘못 써서 틀리는 경우도 있지만, 상위 학년에 올라가면 이전 학년보다 서술형 답안을 써서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글씨를 바르게 쓰지 않아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중,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이미 습관으로 굳어진 아이의 글씨를 바로잡기는 무진장 어렵다. 이미 잘못된 습관이 굳어져서 다시 교정하여 제자리로 돌려놓기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습관이 한, 두 번 교정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그러니 초등학교 때, 아이의 글씨 쓰는 습관을 반드시 완성해 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가 다음과 같은 잘못된 습관이 있지 않은지 미리 점검해 주자.
첫째, 글자나 숫자를 잘못 썼을 때,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지 않고 대충 지우는 습관이 있는지 살펴보자.
잘못된 글자나 숫자를 깨끗하게 지우지 않고, 대강 지우는 것을 습관으로 들여 놓으면, 대충 지워진 이전 글씨와 다시 쓴 글자가 섞여서 숫자 앞에 기호가 +인지, -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초등학교 때는 음수가 잘 등장하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중학교에 올라가면 숫자 앞에 기호만 잘못 써도 틀린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글자나 숫자를 잘못 썼을 때, 반드시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는 습관을 들여 주어야 한다.
둘째, 글씨를 잘못 썼을 때, 지우개로 지우는 것이 귀찮아서 연필로 찍찍 긋는 습관이 있는지 살펴보자.
글씨 쓰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는 글자나 숫자를 잘못 썼을 때, 연필을 놓고, 지우개조차 집는 것도 귀찮아한다. 그래서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지 않고, 연필로 틀린 글자를 찍찍 긋고, 그 옆에 다시 쓴다. 특히 이런 습관은 여자 아이보다는 남자 아이들에게서 많이 보인다.
귀찮다고 틀린 글자를 찍찍 긋는 것은 매사 모든 일을 귀찮아해서 생기는 습관이다. 이런 습관을 가진 아이들 중에는 선생님이 내 준 숙제도 귀찮다고 안하는 경우도 많다. 교과서 챙기는 것도 귀찮아하고, 준비물은 물론이고, 나중엔 공부하는 것조차 귀찮아한다. 이런 습관을 초기에 바르게 잡아놓지 않으면, 나중에는 학교에 가는 것도 귀찮아할 수 있다.
습관은 작은 것을 지키는 것부터 출발한다. 반드시 아이가 글자나 숫자를 잘못 썼을 때는 연필로 찍찍 긋게 하지 말고,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게 하는 습관을 들여 놓자.
셋째, 교과서나 참고서 등에 중요한 점을 밑줄 긋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하게 모든 글자에 밑줄을 긋지 않는지 살펴보자.
문제를 풀 때 연필로 중요한 메시지나 중요한 단어, 중요한 단서만 찾아서 밑줄을 그어야 하는데, 밑줄을 여러 번 다른 색깔로 긋는 아이가 있다. 또한 불필요하게 낙서를 많이 하는 아이들이 있다.
공부를 하는 아이는 중요한 내용을 추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밑줄을 그을 때도 중요한 내용, 단서, 메시지를 찾아 밑줄을 긋는다. 중요한 핵심 내용을 찾아낼 능력이나 습관이 안된 아이들이 불필요한 밑줄을 여러 번 긋고, 낙서를 많이 한다.
이런 습관은 초기에 교정해 주지 않으면, 나중에 절대 고쳐지지 않는다. 나중에 시간 있을 때 고쳐 주어야지 하면, 이미 아이들에게 나쁜 습관이 고착되어 고쳐줄 수가 없다. 엄마들이 초기에 이런 습관을 관찰하고 찾아내어 교정해 주는 것만이 최선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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