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교육 전문가조차 국어를 하지 않으면 영어도 뒤진다고 말한다. 영어 하나 잘하겠다고 조기 유학을 너도 나도 떠난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몇 년 후, 대부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조기 유학 결정을 잘못했다고 후회하였다. 이유는 당연히 모국어가 완전히 습득되지 않은 상태로 유학을 갔기 때문에 영어 실력도 그닥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국어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영어권 나라에 가서 영어를 접하게 되면, 모국어도, 영어도 둘다 어중간해진다. 조기 유학을 다녀온 아이는 국어의 어휘력이 유학 떠날 당시 그 실력에서 머물러 있거나, 아니면 그 이하로 떨어져서 한국에서의 학교 생활도 힘들게 한다.
절대 유학의 효과를 맹목적으로 믿으면 안된다. 이 곳에서 아이가 적응을 어려워한다고, 또는 마치 도피하듯이 조기 유학을 결정한다면, 유학가서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 곳에서 잘하는 아이는 유학을 가서도 잘하지만, 이 곳에서 학습 습관과 태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아이라면, 유학을 가서도 그럴 확률이 거의 90% 이상이다.
유학간 현지에서 사용하는 영어는 문법적으로는 완전하지 않은 표현이거나 축약된 표현이 많다. 즉 서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영어이다. 어떤 모습이든지 현지 아이들과 대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기 유학을 다녀온 아이들은 영어를 말할 때 스스럼없고 자연스러울지는 모르나, 내용과 문법은 엉망인 경우가 많다.
조기 유학을 다녀온 아이들, 특히 단기 유학(6개월~1년 정도)을 다녀온 아이들은 자신이 확실히 알고 있는 단어 몇 개만을 나열하듯 조합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몇 마디 말은 아주 잘하지만 완성된 문장을 만드는 데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인 표현을 반복하여 말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국어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몇 가지 확실한 단어를 가지고, 그 단어를 나열하듯 조합해서 말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리고 문법에 맞는 완성된 문장을 만들지 못하고, 어눌하게 표현한다면 커뮤니케이션은 되겠지만, 의미있는 대화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영어 공부 또한 예외가 아니다. 영어에 관한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조기 유학을 다녀오는 것보다 백 배, 천 배 낫다.
유학은 아이가 스스로 어느 정도 공부의 참맛을 알고, 현재보다 더 깊은, 더 넓은 학문과 세계를 진정으로 원할 때 보내는 것이 아이를 위한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보셔라. 엄마도 낯선 머나먼 이국땅에서 말도, 행동도, 표정도 잘 통하지 않은 그 곳에서 현지인과 커뮤니케이션 먼저 배우려 애쓰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 보셔라. 가족이 다같이 있지 않고, 엄마와 둘이, 혹은 엄마와 동생이 고국과 멀리 떨어진 그 곳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모국어가 아닌 타국어로 전혀 다른 환경과 시스템 속에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셔라.
조기 유학을 맹신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금방 찾아내실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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