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수학을 가르치다 보면, 개념도 다 아는 내용이고, 여러 번 문제를 풀면서 연습한 유형임에도 공식을 얘기해 보라 하면, 겁부터 내는 아이들이 있다. 수학 공식에 대한 완전한 개념 정립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개념을 이해한 상태에서 어설프게 공식을 암기했기 때문에, 누군가 그 어설픈 상태를 물어오기만 해도, 자신의 어설픔이 드러날까봐 선뜻 얘기를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제대로 수학을 마스터할 수 없다. 이렇게 아이들이 수학 공식을 암기하는 것조차 힘들어한다면, 또는 수학 공식에 대해 아예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아예 아이에게 ‘수학자’라는 임무를 부여하여 스스로 수학 공식을 만들어 볼 것을 주문해 보시면 좋다.
4학년이 되면 수학 교육과정에서 평면도형의 둘레와 넓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다. 평면도형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은 개념 학습 시, 의외로 쉽게 쉽게 잘 넘긴다. 이해를 빨리 한다는 뜻인데, 평면도형의 개념 이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응용 문제 풀이에 들어가면 쉽게 쉽게 이해하고 넘어갔던 개념 문제가 사실은 그렇지 않았음을 금방 깨우치게 된다. 문제마다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그 순간만 잘 넘기면 되겠지!’하고 넘어가 버리면, 그 순간은 어찌하여 넘길 수 있겠지만,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어려움은 다시 닥친다. 두 번째 어려움은 첫번째 닥친 어려움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아이에게는 크게 다가온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이는 본능적으로 이전에 해결하지 못했던 첫번째 어려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 이 순간 또 어려움을 겪는구나!’하고 느끼게 된다.
아이 내부에 일어나는 이러한 갈등을 엄마도, 선생님도 쉽게 눈치챌 수 있으면 별 문제 없지만, 사실 그런 문제를 솔직하게 의논하는 경우는 드물어서 엄마도, 선생님도 모르게 지나치는 경우가 90% 이상이다.
그래서 더욱 더 아이 스스로 수학자임을 깨닫게 하는 방식을 권하는 것이다. 유명한 수학자가 수학 공식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암기해야만 한다는 식으로 아이에게 학습을 권하기 보다는 아이 스스로, 수학자가 되게 하여 공식을 창조해 보게 임무를 부여하면,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고민과 연구를 거듭하게 된다. 무엇인가 하나를 잡고 짧은 시간이든, 긴 시간이든 그 하나에 대해 집중하여 해결해 나가는 과제는 아이에게 내적 성장을 가져다 준다.
엄마들이여!, 특히 3, 4학년 아이를 둔 엄마들이라면, 아이의 수학 교과서를 살짝 관찰하신 뒤,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공식을 이용하여 아이에게 과제를 주어 보셔라.
직사각형의 넓이 구하는 공식을 이용하여 삼각형의 넓이 구하는 공식을 만들어 보라고 주문해 보셔도 좋고, 삼각형의 넓이 구하는 공식을 이용하여 오각형, 또는 육각형, 더 나아가 팔각형의 넓이 구하는 공식을 만들어 보라고 주문해 보셔도 좋다.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만들어 보게 하셔야 한다는 것과 공식을 창조하기 위한 이전의 공식에 대해 살짝 힌트만 주시는 일이다.
연구 과제를 부여받은 아이는 정말 수학자가 된 것처럼, 꽤 긴 시간,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게 될 것이고, 결국은 자기 나름의 공식을 산출해 낼 것이다.
그렇게 우리 아이를 충분히 믿고 밀어 주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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