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고등학교 1, 2학년 기말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중3, 고3은 내신 성적 산출을 위해 이미 기말 시험을 치루었다.) 초등학생들도 2학기 공부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학기 및 학년을 마감하느라 학교도,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분주하다.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해야겠다고 늘 생각하지만, 마음처럼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공부를 계획대로 해 놓고 쉬면 될 것을 공부는 하지 않고, 마음은 늘 불편해 한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 시험 기간이 되면, 아이의 눈치를 보면서 큰 소리 한번 내지 못한다. 시험 때 집안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혹시나 아이 공부에 방해될까 집 안의 소리 나는 모든 물건들은 모두 꺼 놓고, 심지어 믹서를 갈아 음식을 하는 집도 시험 후에 믹서를 돌리는 것으로 음식을 할 계획을 잡는다. 어린 동생이 떠들까 동생 조용히 시키느라 엄마도, 아빠도 애를 먹는다.
상담을 하다 보면, ‘우리 아이 시험 어떻게 하면 잘 보게 할 수 있을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다. 평상 시에 열심히 공부해도 시험 때만 되면 불안 증세를 보이는 아이 때문에 고민하시는 부모들도 의외로 많다. 시험 때만이라도 열심히 공부했으면 좋겠건만 시험 때도 공부하지 않는 아이 때문에 속상해 하시는 분들도 많다. 시험 때만이라도 책상에 앉아 딴 생각 하지 않고, 딴 짓 하지 말고, 짧은 시간만이라도 시험 공부에 집중했으면 좋으련만 책상 위에는 오래 앉아 있지만 진도 나가지 않는 아이 때문에 화병 걸린 엄마들도 많다.
어떤 집은 아이들 시험 때가 다가오면, 시험 시간표를 따로 작성하여 시간을 체크하면서 공부하기도 한다. 물론 시험 시간표 작성도, 시험 공부를 주도하는 것도 아이가 아닌 엄마이다. 어느 과목을, 어느 날에, 몇 쪽부터 몇 쪽까지 개념을 정리하고, 문제로 연습을 하고, 최종 모의 시험은 언제 보고, 이 모든 계획과 내용을 엄마가 작성한다. 그리고 그 계획대로 아이가 실천할 수 있도록 엄마가 가진 모든 권한을 전부 동원하여 추진한다. 이렇게 준비하여 아이가 시험 점수를 잘 받으면, 엄마는 탄력을 받아 다음 시험에는 더욱 더 타이트한 시험 계획으로 우리 아이를 몰아 넣는다.
그러나 엄마들이여 명심할 것이 있다.
시험은 엄마가 아이 대신 볼 수 없다. 죽으나 사나 우리 아이가 시험장에 들어가서 시험 시간 내내 최선을 다해 시험을 볼 수 밖에 없다. 시험을 보는 주체도 아이고, 그 시험 전략을 세워야 하는 주체도 아이다. 어느 과목을, 어느 날짜에, 몇 쪽부터 몇 쪽까지 시험 계획을 세우는 것도 아이가 되어야 하지, 결코 엄마가 되어서는 안된다.
엄마는 아이의 시험 계획을 주도하기보다는 아이가 주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촉진해 주어야 한다. 엄마가 했던 방법으로 시험 요령을 아이에게 전수하면서 강요하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자기 나름의 시험 요령을 개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특히 초등학생을 가진 부모는 아이가 자기 자신의 단점을 충분히 들여다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타이트하게 시간 계획을 세워 우리 아이를 궁지로 몰아 넣으면 아이는 자기 자신의 시험 준비 방법과 시험 준비 요령을 개발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박탈당하는 것이 된다.
이런 저런 자신의 시험 준비 방법에 대한 단점과 장점에 대한 충분한 성찰의 기회가 있어야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나름대로의 시험 대비 요령을 세울 수 있다. 초등학교 시험 때부터 수능 보듯이 한 시험, 한 시험 긴장하여 전력을 다 쓰다 보면 아이가 금세 지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초등학교 때는 시험 때마다 아이 나름의 방법을 다양한 기회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더 낫다.
자기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려는 아이를 억지로 잡아 당기고, 민다고 해서 성과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움직이는 아이, 스스로 전략을 세우는 아이, 스스로 시험 대비 요령을 개발하는 아이가 시험을 더 잘볼 것은 자명한 이치 아닌가?
우리 엄마들은 그 옆에서 잘한다고 박수를 쳐주면 된다. 아이가 지칠 때는 템포를 늦춰주면서 격려해 주면 된다. 초등학교 시험 때 자신의 공부 방법에 대한 단점과 장점의 성찰 기회를 갖지 못하면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 자신만의 방법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방황함을 잊지 말으셔야 한다. |
